정부의 ‘밸류업’ 전략, 그 후 1년
지난해 정부는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유도해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였지만,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오히려 국내 상장사들의 평가 가치는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악화… 평가 가치 하락이 더 심해졌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2347개사 가운데 76%인 1785곳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년 새 낮아졌습니다. PBR은 기업의 시장 가치가 장부상 순자산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1 미만이면 기업이 보유한 자산 가치보다 시장에서 낮게 평가받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PBR이 1 미만인 기업의 비율은 지난해 2월 23일 기준 45.7%에서, 올해 3월 26일 기준 54.6%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PBR이 0.2배에도 못 미치는 ‘초저PBR’ 기업의 수는 21개에서 55개로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투자자들의 불만 고조… “죽은 주식입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여성 속옷 브랜드 ‘비너스’를 보유한 신영와코루는 20년간 단 한 번도 공식 기업설명회(IR)를 연 적이 없으며, 순자산이 3686억원에 이르는데도 시가총액은 900억원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자산 대비 저평가된 상태임에도 기업은 주가 부양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태광산업 역시 비슷한 사례입니다. 한때 100만원을 넘는 ‘황제주’로 불렸으나, 현재 PBR이 0.15배까지 하락해 ‘똥값’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으나, 기업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밸류업이 실패한 이유는?
밸류업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힙니다.
첫째, 정부의 실질적인 유인책 부족입니다.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정책의 동력이 약화됐습니다.
둘째, 거래소가 마련한 ‘밸류업 지수’ 선정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인해 기업들이 프로그램 참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셋째, 무엇보다 많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주가를 부양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 핵심 문제로 지적됩니다. 경영권 승계나 상속·증여세 부담 등을 이유로 일부 오너 기업들은 주가 상승을 오히려 꺼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기업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를 일치시키기 위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지배주주들이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주가 상승을 원치 않거나, 배당보다는 현금 유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배당소득세와 상속세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함으로써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저평가 해소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밸류업 정책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가운데, 향후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시장과 소통하고 실질적인 개선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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