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출원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기업은행, BNK 같은 지방은행, 카카오·토스·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까지 ‘KRW+은행명’ 조합의 상표권을 줄줄이 출원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실제 사업 추진보다는 선점 심리, 방어 전략, 그리고 제도 불확실성 속 ‘눈치 보기’가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사업계획 없이 상표권 먼저?…'일단 발은 담갔다'는 분위기
은행권의 공통된 설명은 단순합니다. "스테이블코인 사업화 계획은 없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대비한 선점 차원에서 상표권을 출원했다"는 것입니다. 마치 닷컴 시대 도메인 선점 경쟁처럼, 불확실성 속에서 일단 이름부터 확보하는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담 부서도, 인프라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가 대부분이며, 기술 검토나 실험적 협의체 논의 역시 표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상표권 출원은 상징적 제스처이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한 ‘보험’에 가까워 보입니다.
왜 머뭇거리나…‘기회’보다 ‘위기’로 인식하는 분위기
은행권 내부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단순한 신사업 기회로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결제·송금 수단의 분산이 은행의 예금 기반과 유동성을 위협하고, 결국 신용중개 기능 약화,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이 때문에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주도권 확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뛰어들 경우 핀테크·가상자산 기업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동시에 존재합니다.
프로젝트 한강 중단 이후…“공동전선에서 각자도생으로”
이러한 와중에 한국은행이 주도한 ‘프로젝트 한강’이 중단된 것도 은행권에 시사점을 남겼습니다. 그간 은행 중심의 예금토큰 실험이라는 점에서 은행권은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지만,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해지면서 다양한 민간 주체로 논의가 확장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실제로 일부 은행들은 이제는 각자도생으로 방향을 전환, 기존 협의체 외에 비은행 기업들과의 접촉을 늘리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규제는 없고 속도는 빠르고, 경쟁자는 늘어난다”는 인식이 은행들의 ‘불안한 선점 전략’을 자극하고 있는 셈입니다.
투자자 관점: 상표권 경쟁은 신호일 뿐, 실체는 뒤에 있다
은행권의 상표권 경쟁은 단기적 과열보다 중장기 ‘경쟁 구조’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표권만 등록하고 실행하지 않은 사례는 산업 전반에서 흔하며, 정작 중요한 건 제도화 이후의 실질 대응력입니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표권 뉴스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각 은행이 향후 어떤 인프라 구축과 기술 검토를 해나가는지, 제도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누가 먼저 기민하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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